아내가 己亥年 올해 벽두에 토정비결을 보고 나서 신이 났다. 새해가 되면 남들처럼 가끔 그걸 봤다는 후일담을 흘려들은 적은 있으나 올해처럼 저렇게 몇 번이나 얘기하며 호들갑을 떤 적은 없었다. 해년마다 빠지지 않았던 삼재와 액땜이 자취를 감추고, 무엇보다도 내가 끊임없는 외조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거다. 아내가 저리 좋아하니 덩달아 기쁜 내색을 감추지는 않았으나, 외조는 나의 능력과 열성이 필수적인 사항인지라. 土亭秘訣은 조선 중기의 학자이자 기인 李之菡이 저자로 알려져 왔지만 최근 학자들은, 민간에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던 주역서에 예전부터 친숙했던 그의 이름을 붙였을 거라는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당대 백성들의 궁핍한 삶 속에서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이으려했던 유일한 주역의 대가이자 기인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