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아직은 이해 곤란한 나라

늦깎이1 2022. 5. 10. 09:17

65가 넘은 나이에 겪은 나의 인도 생활은 참으로 귀중한 체험이었다. 가끔 남은 인생을 돌아보고 살아가는데 꽤 많은 이야깃거리가 될 것이다. 보통 사람이 겪지 않은 체험을 난 이제 몇 개 더 가진 셈이 된다. 그래 부자가 되었다.

 

내가 겪은 인도의 이미지는 대충 이렇다. 일할 수 있는 인구는 많지만 폐쇄적인 카스트의 굴레 속에서 속절없는 유리 천장에 갇혀 지내는 사람이 더 많은 나라. 그렇게 유지되어온 사회적 인습과 구조. 수천 년 지속되어온 신에 대한 믿음 속에서 한 가닥 희망을 품고 살아가다 대를 이어가며 똑 같은 생활을 되풀이하는 기층민들의 안타까운 삶들. 같이 살아보며 삶에 대한 생각을 나눠본 적은 없었지만 나 같은 이방인의 눈에 비친 그들의 모습은 대체로 그런 저런 이유로 슬프게 비쳤다.

 

쉽게 굴복하고 포기함으로써 그나마 편안한 일상이 보장되었던 시대의 비굴한 습관이거나 잘 길들여진 동물이 주인에게 보이는 유순한 표정 같은 것들이 언뜻언뜻 보일 때마다 북받쳐 올라오는 애잔함을 누를 수 없었다. 그런 그들이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수천 년을 견뎌온 그들의 믿음은 어떤 정체성을 갖고 있을까. 과거의 업보가 만든 숙명을 가슴에 안고 현생에서 더 나은 미래의 업보를 위해 인내하고 덕을 쌓는 그들의 모습을 윤회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눈에 외국인은 과연 어떤 존재일까. 왜 그들은 윤회를 위한 일상적 업보 쌓기와 달리 외국인에게는 다른 행태를 보이는 것일까. 200년에 걸친 영국의 식민지 정책이 가져온 결과로 보기에는 좀 딱하고 엉뚱하다는 생각을 해온 터였다. 외국인에게 불쑥 내미는 거지들의 뻔뻔스런 손과 집요한 태도, 그리고 하나같이 비굴한 표정. 거침없이 거짓말을 해대며 속이려드는 일반인들이 너무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날 늘 의아하게 만들었다. 자존심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사람들에게서만이 보이는 모습들 아닌가.

 

유기농 코너에서 파는 계란이며 채소 과일도 대부분 교묘한 수법으로 하자 있는 물건들이 틈새에서 다수 발견되곤 하는 나라다. 그런 것들이 살아가는데 전혀 문제가 안 되는 나라가 이 나라이기도 하다.

 

최근에 경험해서 안 새로운 사실 하나 더. 오래 된 나무의 가지들이 골목 중간에 늘어져 있어 차량 통행에 지장이 생기자, 어디서 주관한지는 모르나 이걸 정비하는 사업이 벌어진 듯, 한 이틀간 인부들이 어수선하게 떠들어대며 소란을 피우더니만 밑으로 치렁치렁 내려졌던 나뭇가지들이 우수수 잘려나갔다. 그러던 사이 우리 집 인터넷 가동이 중단된 것이다. 아무렇게나 난립 설치된 통신선들이 우수수 잘려 나갔다. 그런대도 누구 하나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라우터에 노란 불이 들어오고 LED 3개만 켜지고 하는 상식은 그 때 안 사실이다. 얼른 사진 찍어 통신사에 신고하고 나서 학당에 갔다 돌아와 보니 인터넷은 정상 가동되고 있다는 LED 4개의 녹색 불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1주일 쯤 지났을까? 온라인 수업이 있어 신경을 쓰지 못하는 사이 밖이 요란스럽게 소음이 있다 싶었는데, 또 인터넷 가동이 중단되었다. 라우터를 확인하니 LED 3개만 켜져 있다. 밖을 내다보니 이번엔 제법 굵은 나무가 통째로 베어져 문 앞 통행로를 가로 막은 채 버려져 있었다. 그러고도 인부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골목 안은 휑하니 바람 소리만 가득 차 있었다. (2020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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