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생각들 5

잠깐의 그 시절로

역대급 태풍 「힌남노」가 할퀴고 지나간 피해가 적지 않지만 우리들 일상은 다시 반복되고 있다. 태고적부터 우리 주변의 모든 일상은 크던 작던 그렇고 그런 상처와 영광을 남기고 늘 그렇게 다시 시작했었다. 지난 번 강남 폭우에 이어 이번 포항 지하주차장 침수사고는 한 두 번쯤은 누구나 깊은 우려를 해왔던 문제이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또 그럴 것이다. 다만 그 불운이 자신에게는 찾아오지 않을 거라는 엉터리 확률을 굳게 믿으면서 주변에서 외쳐대는 편향된 프로판간다에 휩쓸려 우둔한 유권자로 뿌리내린지 오래다. 그런지 모르는 건 아니다. 알아도 그러는 게 낫다. 주변과 다른 톤을 내면 이 땅에서는 온전하기가 어렵다. 개인의 모든 성향을 이분법적 정치사상으로 치환해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때 생각들 2022.09.09

아일랜드

거의 2년 전, 영국의 브렉시트 문제가 국민투표를 거쳐 탈퇴하는 쪽으로 결정되고 전 세계는 이 현상이 몰고 올 자국의 파급효과에 대해 지금까지도 주판알을 튀겨가며 설왕설래가 많다. 영국이 갖고 있는 금융시장의 힘이 그만큼 세계에 큰 영향을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투표 결과대로 이행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 몇 단계가 있는데 그것이 지금 핫이슈가 되어있는 모양이다. 그 중 하나는, EU 헌법과 같은 효력이 있는 리스본 조약 article 50을 발효해야 하는데 그것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내부 문제를 포함한 제반 협상을 올 10월 말까지는 완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이제는 초읽기에 걸려 시간을 다투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국민투표 결과가 난 2년 전 초기에는 2차 투표를 해야 한다는 여..

그때 생각들 2022.05.11

말에서 상처 입고 글로 치유하기

지난주 열린 청와대 국무회의는 좀 특별한 일이 있었다.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은 물론 참석한 비서관들에 이르기까지 한복으로 회의장이 화사해졌다. 오랜 코로나 방역으로 결혼식·돌잔치 등이 취소되고, 관광객도 줄면서 한복 수요가 위축돼 우리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한복 산업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대통령은, “종사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위로와 응원이 되기를 바란다."며 "한복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생활 속에서 친숙하게 누리는 문화가 점차 자리 잡기를 바라며, 한복을 입고 모일 수 있는 일상이 빨리 다가올 수 있도록 코로나 백신 접종과 방역에도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서 "한국의 문화에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라며 "K-팝과 K-드라마가 세계를 휩쓸고, 영화, 게임, 웹툰 등 한국의 ..

그때 생각들 2022.05.11

한 여름 밤

장마가 빨리도 왔다. 지구 온난화로 한반도의 기후가 아열대 징후를 보인 게 일이 년이 아니니 이젠 더위고 장마고 예전과 다를 것이다. 동남아 출장길에 만난 스콜로 구두가 흠뻑 젖었던 낭패스런 일이 우리에게조차 예사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오락가락한 일기불순으로 예정되었던 운동 계획이 잠정 보류 중, 그러나 찬찬이 예보를 뜯어보니 다행히 빗줄기는 피할 수 있겠다싶어 얼굴이라도 보자고 고집을 피워둔 터였다. 사실, 골프는 서울 생활에서는 일종의 사치였다. 비용도 터무니없었고 예약도 어려운데다가 동반자의 예기치 못한 문제로 팀 형성 자체가 늘 문제였다. 그러나 가장 큰 장애는 역시 시간이었다. 주말 새벽에 출발하여 잠들 무렵에 집에 들어와 다음 날 근무 걱정을 해야 했으니, 월급쟁이에게는 항상 무리였다. ..

그때 생각들 2022.05.10

마스크

「미세먼지」가 기승이다. 이 어휘는 이제 일반 국민이면 누구나 쉽게 이해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어린 시절, 송홧가루가 날리는 철이 되면 하얀 보자기를 들고 나가 인근 산야를 쏘다니며 받아오던 노란 꽃가루에 대한 기억이 새롭다. 그 시절의 공기는 언제나 맑고 상쾌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송홧가루와 더불어 산업화로 인한 먼지와 중국 황사를 범벅으로 느끼면서 비로소 우리는 공해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새 어른이 되어, 주차했던 차 위에 수북이 쌓여있던 누렇고 지저분한 흙먼지를 보고 송홧가루에 대한 추억에 빠져들 틈도 없이 날로 더해가는 우중충한 하늘을 걱정하면서 먼 미래에 닥쳐올 막연한 재앙 정도로 미뤄두고서 긴 시간 잊고 살아온 터였다. 그러던 세월도 한참 더 흘렀다. 언제부터였던가. 어느 날인지 ..

그때 생각들 2022.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