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생각들

아일랜드

늦깎이1 2022. 5. 11. 09:53

거의 2년 전, 영국의 브렉시트 문제가 국민투표를 거쳐 탈퇴하는 쪽으로 결정되고 전 세계는 이 현상이 몰고 올 자국의 파급효과에 대해 지금까지도 주판알을 튀겨가며 설왕설래가 많다. 영국이 갖고 있는 금융시장의 힘이 그만큼 세계에 큰 영향을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투표 결과대로 이행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 몇 단계가 있는데 그것이 지금 핫이슈가 되어있는 모양이다.

 

그 중 하나는, EU 헌법과 같은 효력이 있는 리스본 조약 article 50을 발효해야 하는데 그것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내부 문제를 포함한 제반 협상을 올 10월 말까지는 완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 이제는 초읽기에 걸려 시간을 다투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국민투표 결과가 난 2년 전 초기에는 2차 투표를 해야 한다는 여론까지 일어 그 귀추가 주목되었지만, 오늘이 며칠이더라...하여튼 이미 그 문제는 물 건너간 듯하다. 좌우간 혼란의 극치이다.

 

그 두 번째가 또한 역사적 문제까지 안고 있는 시한폭탄급이다.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가 탈퇴와 잔류문제로 역내에서 쪼개지게 생겼다. 지금까지 멀쩡하게 자유로 왕래했던 상품과 서비스가 관세와 출입문제로 곤란을 겪게 된다면 그것은 불편 정도가 아니라 사생결단을 해야 할 정도의 폭풍을 몰고 올 상황이 아닐까? 갑자기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 사이에 국경이 생기는 일과 뭐가 다를 것인가.

 

아일랜드는, 영국으로부터 무력 강제 합병당한 깊은 상처의 아픈 과거를 가진 지역으로 유명하다. 우리의 조센징!’과 유사한 'IRISH!'라는 멸시를 피해 가장 많은 신대륙 이주의 역사를 갖고 있는 곳이며 그들도 우리처럼 자신의 언어를 잃고 대화가 잘 안될 때 ‘English!'로 호되게 당해야했던 슬픈 과거를 오랜 ’IRA'내전으로 항거한 역사가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여기서 아일랜드의 오랜 숙원을 풀 단서가 혹시 열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아일랜드의 실질적 통일 말이다. 중국의 역사에서 우리는 510국 시대에 송이 건국되는 혼란기에 고려가 건국했고, 원명 교체기에 조선이 건국했듯 영국의 혼란기에 아일랜드가 통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잘 아는 이니스프리의 湖島작가 예이츠. 노벨문학상을 받은 그는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활동한 시인이지만 처음엔 화가가 되려했고 나중에는 시를 더 즐겨 썼다. 독립운동 자금을 구하려 예이츠의 아버지를 찾아온 영국 출신 여성 모드 곤에게 운명처럼 빠졌고 절망적으로 사랑했다. 그러나 그는,

 

당신이 불행이라고 부르는 것으로부터 아름다운 시를 쓰고 거기에서 행복을 느끼니까 행복한 것이라는 조소 섞인 편지나 받을 정도로 언제나 모드 곤에게 거절당한다. 영국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 아일랜드에서 살았던 경험으로 평생 아일랜드 독립운동에 투신하고 반식민운동에 헌신하겠다는 다짐을 한 모드 곤에게 예이츠는, 제 나라가 식민지 상태인데 서정시나 쓰다가 자신에게 잘 보이려고 독립운동 단체에 참여한 시덥지 않은 의식 없는 촌놈 정도로 보였을 것. 그런 예이츠는 끊임없이 구애하고 나중에 모드 곤의 딸에게까지 청혼하지만 역시 거절당한다.

 

결국 예이츠는 50 넘어 다른 여성과 결혼하고 아이도 낳으며 노벨상을 탔지만, 그의 늦은 결혼 후에 발표한 시에도 모드 곤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이 대부분의 평론가들이 인정하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다. 심지어 예이츠는 모드 곤이 전 남편과 사이에서 난 아들 숀 맥브라이드를 잘 키운다. 그리고 맥브라이드는 영국 외무장관을 거쳐 노벨평화상을 수상한다.

 

운명처럼 만나 절망적인 사랑에 빠져 평생을 구애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던 위대한 시인 예이츠의 조국 아일랜드가 오랜 소망을 이루게 될지, 그것은 이제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2019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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