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인터넷

늦깎이1 2022. 5. 9. 11:58

오늘은 온라인 수업이 있는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인터넷 실내 라우터에 노란 불이 들어와 있다. 인터넷 연결이 안 되고 있다는 신호다. 스위치를 껐다 다시 켜고를 몇 번이고 반복해봤지만 노란 led 신호는 움쩍달싹도 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 마지노선은 이미 정해져 있다. 문화원 인터넷 가동되는 사무실에 가서 수업은 하면 된다. 아직 2시간 전이므로 1시간은 기다려보기로 했다.

 

여기 와서 보니 한국을 왜 세계 1위의 인터넷 국가라고 떠들어대는지 그 이유가 설명된다. 수업을 하다보면 20여 명의 학생들이 지역에 따라 다른 인터넷 사정으로 수없이 들락날락한다. 보통 1/3의 학생들이 휴대폰으로 수업에 임하는데, 종료 시 확인해보면 휴대폰 참가 학생의 대부분은 이미 나가 있는 경우가 많다. 모바일 핫스팟으로는 장기간의 인터넷 연결이 불가능하다는 실증이며, 와이파이로 연결한 경우라 할지라도 화면이 작아 묻는 선생이나 답하는 학생이나 둘 다 불편한 것은 매 한 가지다. 반신반의하기는 했지만, 나의 경우도 처음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면서 인터넷 가동 없이 모바일 핫스팟으로만 수업을 시작했더라면, 하는 끔직한 생각에 쓴 웃음이 흘러 나왔다.

 

처음 여기 왔을 때, 사실 인터넷 연결 문제를 어떻게 할까 고민을 좀 하기는 했었지. 하지만 먼저 와있던 파견교원 한 분의 한 마디가 날 인터넷 설치 없는 집에서 6개월이나 모바일 핫스팟으로만 일상생활을 하게 했다. 그래도 큰 불편이 없었다. 사무실에서 불편할 수 있었던 문제를 다 해결할 수가 있었으니 그것은 당연한 이야기가 아닌가. 그 분은 인터넷을 설치했다가 문제가 많아 해지 신청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더니 1년이 다 된 지금까지도 인터넷 회사에서는 아무런 연락도 없다는 것이었다. 당시 사무실에서 자주 듣던 얘기가 인도이니까...’였다.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이유 없이 잘 모르겠다는 의미로 통했으니까, 나는 다른 젊은 선생님이 가르쳐 준대로 휴대폰의 모바일 핫스팟으로 모든 인터넷 통신 문제를 집에서 해결해왔다. 그런데, 사정이 달라졌다. lockdown이 지속되니 당연히 온라인 수업이 거론되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우리도 온라인 수업을 하기로 결정했지. 그런데 그 이후가 문제야.

 

파견교원 세 사람이 다 같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집의 인터넷 문제를 거론하며 난색을 표명했지만, 인터넷 설치를 문화원 차원에서 관심을 갖거나 이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려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 정도라면 해결해야할 우선순위를 1순위로 끌어올려 세 사람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았어야 했다. 지금 와 생각해보면, 당시 이런 걸 책임지고 있던 팀장은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경우 인터넷 비용 문제를 우려했던 것이 아니었겠느냐는 것이 나의 추측이다. 사실, 그럴 경우 고민은 될 수 있었겠지. 파견교원과 학당의 기본 역할에 대해 선을 긋는다면 말이다. 수업을 위해 갖추어야 할 시설과 장비가 문화원에 다 있는데, lockdown으로 문화원의 기존 시설을 쓸 수 없어, 파견교원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 장비와 시설로 수업을 할 수밖에 없을 경우 이 가동비용은 누가 지불해야할까. 파견교원에게 노트북이 없다면 또 어찌해야 하지. 이런 경우까지 예상해서 재단이 어떤 기준을 마련해 두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나는 그때 전혀 다른 생각을 했었어.

 

lockdown 상태에서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연락하여 인터넷을 갑자기 집에 설치해야 하는가 말이지. 처음엔 모바일 핫스팟으로 유지될 수 있는 data 양과 하루 6시간 수업해야 하는 물리적 시간 관계를 국내의 지인과 연결을 하며 계산도 해보고 했지만 수업을 진행하기엔 아무래도 불리할 듯해보였다. 그래서 airtel에 추가로 많은 양의 data를 구매해서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는 준비를 해두었다.

 

세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인터넷 문제를 거론하는 사이 나머지 두 사람은 재빠르게 개인적으로 해결한 듯했다. 그것 역시 지금 와 생각해봐도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셋이 다 문제를 안고 힘들어 했는데 그들은 그렇게 조용히 해치워버렸다. 물어보기도 따지기도 어색한 일이었다. 그들은 애초부터 그런 사람들이다. 그들이 틀렸다고 비난할 수는 없으나 일반적인 상식으로 얼른 납득이 가지 않는 이런 일이 생기면,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는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스스로를 달래는 나만의 주문이었다. 운수 탓으로 돌리고 나의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러는 사이 수업준비를 위해 zoom으로 연결한 교사들 간의 두 차례 화상회의가 있었고, 결국 회의를 통해 모든 것은 증명이 됐다. 원인은 모바일 핫스팟 통신의 질이었다. 한 두 시간 가까이 지속된 화상회의에서 스무 번 정도의 통신 불량으로 난 그렇게 들락날락을 계속했다. 그 때가 첫 수업 개시 사흘 전이었다. 다음 날 아침, 현황을 정리하고 전화를 했다. 지금 문화원의 비상수단과 같은 도움을 얻지 못하면 수업이 불가능했다. 작심을 하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얘기는 전부 생략하고, ‘봤지 않았느냐, 지금 이런 상태로 수업은 불가하다. 내가 폭탄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 인터넷 설치를 문화원에서 주도해라. 문화원은 개인이 아닌 기관이고 기존 거래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권력이 있지 않느냐’. 나의 건의는 그때야 받아들여졌고, 수업 개시 하루 전 날 저녁 드디어 개통되었다. 변경점 관리가 안 된 사례 중 폭발 직전 발화점을 찾아서 문제를 해결한 경우에 해당된다. (2020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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